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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설명을 세 번 하고 나서야 깨달은 한 가지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설명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아까도 말했는데…”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 생각이 속으로만 스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점점 더 또렷해졌다.
나는 분명히 설명했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은 분명히 다시 물어보셨다.
그 사이에서 생기는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같은 질문을 다시 꺼내셨다.
조금 전에도 설명했던 기능이었고, 나는 이미 두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한 상태였다.
그래서 세 번째 설명을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의 속도가 빨라졌다.
설명 내용은 같았지만, 마음속에는 ‘왜 아직도 모르실까’라는 조급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셨지만, 나는 그 끄덕임이 진짜 이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다시 비슷한 질문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고, 집중력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세 번째 설명을 마치고 나서,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했던 설명을 차분히 되짚어봤다.
내용은 틀리지 않았고, 순서도 나름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건, 설명 자체가 문제였다는 뜻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항상 같은 전제 위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는 설명은,
이미 버튼과 화면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었다.
부모님에게는 그 버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부터가 낯선 상태였다.
나는 결과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었고,
부모님은 과정에 대한 불안을 먼저 느끼고 계셨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나는 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설명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나는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설명하려는 이 내용은, 부모님 입장에서 어디까지가 익숙한가?’
이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설명은 또다시 공중에 흩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어느 날은 같은 기능을 설명하면서, 아예 버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이건 전화가 올 때 받는 용도”라는 식으로 상황부터 이야기했다.
그다음에야 화면을 보여주며,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되는지를 천천히 설명했다.
그때 부모님 반응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은 더 이상 급하게 따라오려 하지 않으셨고,
중간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셨다.
그 모습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제야 나는 같은 설명을 반복했던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
나는 설명을 세 번 한 게 아니라,
사실은 같은 방향에서만 세 번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모님이 서 있는 위치로 이동하지 않은 채,
내 자리에서만 계속 손짓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 이후로 나는 설명을 ‘전달’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설명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넘기는 일이 아니라,
같은 지점에 잠시 함께 서보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지점에 서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게 된다.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설명하면서,
나는 기술보다 관계를 더 많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설명을 세 번 하게 되는 순간은 짜증이 아니라,
설명이 어긋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가끔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예전처럼 ‘왜 아직도’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는 않는다.
대신 ‘내 설명의 출발점이 어디였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 차이 하나가, 설명의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도 그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설명을 여러 번 하게 되는 순간마다,
그게 상대의 문제인지, 내 전제의 문제인지 돌아보려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같은 설명을 세 번 하고 나서야 깨달은 이 한 가지는,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기준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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