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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리려다 오히려 더 불편해졌던 경험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도와드릴 때마다 나는 늘 같은 마음이었다.
조금이라도 편해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괜히 불필요한 걸 누르다가 더 헷갈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부모님 휴대폰을 볼 때마다 ‘정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그날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부모님 휴대폰 화면에는 내가 보기엔 조금 복잡해 보이는 아이콘들이 있었고, 알림도 자주 울리는 편이었다.
부모님이 “요즘 이게 자꾸 이상하다”라고 말씀하시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제가 정리 좀 해드릴게요.”
그 말은 분명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였고, 그 순간의 나는 꽤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필요해 보이는 앱을 정리하고, 알림도 몇 개 꺼두고, 화면도 내가 보기 편한 쪽으로 조금 손봤다.
작업을 마치고 휴대폰을 돌려드렸을 때, 나는 은근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훨씬 깔끔해졌고, 부모님도 덜 헷갈리실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아까 있던 그건 어디 갔니?”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지워버렸는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부모님에게는 익숙했던 화면이, 내 손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리’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익숙함이 사라진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부모님은 예전보다 더 자주 휴대폰을 들고 망설이셨다.
예전에는 헷갈리면서도 눌러보던 버튼을, 이제는 아예 누르지 않으려 하셨다.
혹시 또 뭔가 바뀌어버릴까 봐, 괜히 잘못 건드릴까 봐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도와드린다고 한 행동이, 부모님에게는 오히려 불안을 키운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부모님은 휴대폰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다시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더 조심하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 이후로 나는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그 방식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전화하고, 소식을 보고, 일상 일부가 담긴 물건이었다.
그걸 내가 내 기준으로 정리해 버린 건, 부모님의 일상 일부를 허락 없이 바꾼 것과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나는 부모님 휴대폰을 만질 때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됐다.
먼저 묻고, 바꾸기 전에 한 번 더 설명하고, “지금 이 상태가 더 나은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이미 익숙해진 방식을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과정이 더 오래 걸리기도 했다.
내가 직접 손대면 금방 끝날 일을, 말로 설명하면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 덕분에, 부모님은 다시 휴대폰을 스스로 만지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때 알게 됐다.
도움이라는 건,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해도 괜찮다고 느끼게 만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걸.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도와준다’는 말을 쉽게 쓰지 않게 됐다.
대신 “같이 볼까?”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됐다.
그 말에는 내가 대신해주겠다는 뜻보다, 옆에 있겠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도와드리려다 오히려 더 불편해졌던 이 경험은, 나에게 꽤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겠지만, 그때마다 이 일을 떠올리며 내 도움이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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