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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운데 부모님은 유독 어려워했던 스마트폰 기능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설명하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반복해서 막히는 기능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부분인데, 부모님에게는 그 기능 앞에서 항상 손이 멈췄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셔서 그렇겠지”라고.
그중 하나가 바로 ‘화면을 밀어서 이동하는 동작’이었다.
나에게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고,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반응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화면을 밀 때마다 잠시 멈췄고,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로 한참을 고민하셨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건 버튼을 누르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설정이 필요한 기능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렇게 밀면 돼요”라고 말하며 내 손으로 빠르게 시범을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착각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내 손이 아니라, ‘내가 왜 지금 이 동작을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다.
화면을 밀면 뭐가 달라지는지, 지금 이 상태에서 왜 굳이 밀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정리되지 않은 채 동작만 따라 하려다 보니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날은 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건 누르는 거야, 미는 거야? 가만히 두면 안 돼?”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그 기능이 왜 부모님에게 어려웠는지 처음으로 감이 왔다.
나에게는 ‘화면 이동’이라는 개념이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부모님에게는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 ‘전부’였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화면이 곧 현재 상태였고, 그 상태를 바꾸기 위해 손을 움직인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다.
그래서 화면을 미는 동작은 기능이 아니라 결정을 요구하는 행동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이 기능을 “어려운 기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설명도 늘 대충 넘어갔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도 ‘연습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관점을 조금 바꾸게 됐다.
부모님이 어려워하는 건 기능의 복잡함이 아니라,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점이었다.
이유가 보이지 않으니, 동작 하나하나가 불안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설명 방식을 바꿔봤다.
“이렇게 밀면 돼요”라는 말 대신, “지금 이 화면 말고, 다음 화면을 보고 싶을 때 이렇게 해요”라고 말했다.
동작을 먼저 말하지 않고, 상황을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부모님은 손을 멈추기 전에 “아, 그럼 여기서 이 다음으로 가는 거구나”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그 말은 기능을 이해했다기보다, 상황을 이해했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쉬운 기능’과 ‘부모님이 어려운 기능’을 같은 기준으로 보지 않게 됐다.
나에게 쉬운 기능은 이미 개념과 결과가 연결된 상태였고, 부모님에게 어려운 기능은 그 연결고리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같은 기능이라도 설명해야 할 지점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결과만 말해도 됐지만, 부모님에게는 그 결과로 가는 이유와 맥락이 먼저 필요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부모님이 어떤 기능을 어려워하실 때마다 그 기능 자체보다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됐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부터 알고 계실까?”
이 질문 하나가, 설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부모님께 스마트폰을 알려주면서 나는 기술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의 순서를 맞추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지도 알게 됐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도 그 깨달음 때문이다.
나는 쉬운데 부모님은 유독 어려워했던 그 기능은, 사실 기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기능을 둘러싼 이해의 순서, 그리고 당연함의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앞으로도 부모님이 어려워하시는 기능은 계속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앞에서 “왜 이게 어려울까?”라고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질문 하나가, 설명을 조금 덜 조급하게 만들고, 부모님과 같은 화면을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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