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모님·중장년 디지털 문제 해결: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

📑 목차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은 스마트폰 문제로 나를 부르지 않으셨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혼자서도 잘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중장년 디지털 문제 해결: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


    예전에는 화면이 조금만 바뀌어도 나를 찾으셨는데,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변화가 마냥 편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됐다.
    부모님이 정말로 익숙해지신 건지, 아니면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로 마음먹으신 건지 그 차이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부모님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여러 개 쌓여 있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나를 불렀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알림들을 그대로 둔 채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셨다.

    “이건… 그냥 놔둬도 되겠지?”
    그 말은 나에게 묻는 질문이었지만,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린 듯한 말투였다.
    괜히 건드렸다가 더 복잡해질까 봐 아예 손대지 않겠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문제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나를 부르실 때마다 나는 늘 성심껏 도와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건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이건 아까도 말씀드렸죠” 같은 말들이 의도치 않게 섞였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런 말들이 설명을 명확히 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같은 걸 또 물어보면 미안한 상황”으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모님은 도움이 필요해도 먼저 참고, 조금 불편해도 그냥 넘기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게 된 건 아닐까.
    그 가능성을 떠올리자, 마음 한쪽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된 이유는 기술적인 성장보다 관계에서의 거리 조절에 더 가까웠다.
    나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괜히 또 설명을 들어야 할까 봐 망설이는 마음, 그런 감정들이 겹쳐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걸 깨닫고 나서 나는 부모님이 질문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됐다.
    도움이 필요 없는지, 아니면 필요하지만 말하지 않는 건지 그 차이를 느끼려고 했다.

    어느 날은 일부러 “요즘 휴대폰 쓰면서 불편한 건 없어?”라고 물어봤다.
    부모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아니, 뭐… 괜찮아”라고 대답하셨다.
    그 말 뒤에 붙은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제야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익숙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어야 다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이후로 나는 부모님이 질문을 하셨을 때 정답을 빠르게 말해주는 것보다 “잘 물어보셨어요”라는 말을 먼저 하려고 했다.
    질문의 내용보다, 질문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는 어쩌면 나의 태도와 말투가 조금씩 쌓인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았다.

    이 글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도 그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도움은 주는 사람의 마음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요청하는 사람이 편해야 비로소 이어진다는 사실을 계속 기억하기 위해서다.

    부모님이 다시 편하게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내 태도를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묻고, 질문이 나왔을 때는 고마워하고, 같은 질문이 반복돼도 그걸 관계의 후퇴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건 독립이 아니라, 조심스러움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조심스러움은 누군가의 작은 말과 태도로 다시 풀릴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서야 배우고 있다.